경계선 위에서

On the Boundary


2021.8.14(sat) - 10.17(sun)

닻미술관은 여름 전시로 사진가 서영석, 시인 케이티 피터슨의 2인전, <경계선 위에서 On the Boundary>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경계선 위에서>는 지난 전시 <집-주명덕 개인전>에 이어 ‘장소와 공간’이라는 주제와 연계하여 마련된 두 번째 전시입니다. 집이라는 최초의 장소를 떠나 우리는 물리적, 정신적으로 새로운 변화의 여정을 찾아 나섭니다.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위태로운 길 위에서 무의식 중에 늘 생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품습니다. 서영석과 케이티 피터슨은 삶의 경계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을 사진과 글, 그리고 영상과 책을 매개로 감각적인 스토리라인을 형성하여 공간 안에 구성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 살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Datz Museum of Art presents a new summer exhibition <On the Boundary> featuring photographer Young Suh and poet Katie Peterson. <On the Boundary> is the second exhibition held under the theme 'Place and Space'. Moving on from <Home-Joo Myung Duck>, we leave our place of home and embark on a journey of material and spiritual transformation. On this journey, we question the essence of life on a road that is sometimes beautiful and sometimes precarious. Young Suh and Katie Peterson draw out a storyline of existing on the boundaries of life through photos, texts, videos, and books, recreating a space that asks the fundamental question of 'Can we live here?'.


우리는 이곳에 살 수 있을까 

전시 속 사진, 영상, 책들은 서로 교차하는 형식으로 파편적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같이 모아 놓고 보면, 이야기의 중심은 ‘우리는 이곳에 살 수 있을까’라는 존재적 질문을 하는 창조 신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해오던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에서 벗어나, ‘과연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존적 질문으로 시작해보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가 마주하는 기후 변화나 문화적 도전을 생각하면 이런 질문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주로 미국 서부의 극적인 풍경과 기후를 배경으로 이야기 형식을 통해 풀어나가려 하였습니다. 캘리포니아 센트럴 밸리 지역과 아일랜드 서부해안의 외딴 섬 이야기도 포함해보았습니다. 관람객은 동부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지역의 건조한 열기와 알래스카의 냉랭한 겨울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풍경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험난한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연약한 개인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교적 상징을 통해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이야기를 그려보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야기는 영혼에 관한 서사라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에서 인생은 긴 여정으로 은유 됩니다. 우리는 이 여정을 미국의 자동차 여행으로 상상해보았습니다. 성지순례 같은 고귀한 여정이라기보다는 정리되지 않고 추잡스럽기도 한 그 여행은 우리가 바라보고자 하는 삶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유명한 블루그래스 음악 가운데 한 가사에 이렇게 노래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에서 / 집에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없어’. 우리는 집 없는 사람의 감정 세계에서 사는 느낌,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할 현실로 바라보는 마음으로 작업해보았습니다. 그게 우리가 처한 현실에 더 진실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모두 집 없는 영혼이라 할까요? 


전시 작품의 인물들은 목적지를 향해 계속 이동하는 여행자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듯합니다. 마치 자동차 여행 중 사막 한가운데에서 배터리가 나가버린 우리 모습 같기도 합니다. 트레일러 안에 앉아있는 흑인 청년이 사막의 가혹한 빛과 열기에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이라든지,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이 빛으로 반사된 물 위를 하염없이 떠다니는 모습, 혹은 외딴 사막 한가운데에서 생일 케이크를 들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아주 천천히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관람객의 마음에도 그 질문이 서서히 떠오르기를 바랍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마치 경건한 의식을 치르는 도중 어떤 걱정에 휩싸인 듯합니다. 각자 처한 상황 속에서 삶의 본질에 대해 알고자 하는 그런 모습입니다. 가족을 이루면 그 갈망은 더 심화됩니다. 숲속에 모여든 사연 있는 듯한 가족들은 위기에 처한 듯 연약해 보이는 한편 명료하고 생동적으로도 보입니다. 


이러한 거대하고 상징적 주제들을 개인적 대화, 또는 사사로운 이야기를 하듯 풀어보고자 하였습니다. 우리가 흥미로워하는 것은 어떻게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지, 그리고 인생의 커다란 질문들이 어떻게 개인의 일상 속 작은 사건을 통해 자리잡는가 입니다. 예술적 목표라고 하자면, 상징적 기호들을 친밀한 감정 속에서 이야기해보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책을 만드는 이유는, 책이라는 매체가 이미지와 언어가 아주 친밀하게 조합되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독자에게는 명상이라는 과제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감각적 친밀함과 사고의 느림이 병행되는 성격의 매체인 것입니다. 전시된 아홉 권의 책은 어떤 장소나 풍경, 또는 자연 세계에 대해 알아가는 것을 시작으로, 말하자면 인간과 자연의 경계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신과 대화를 시도하는 서사구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영석, 케이티 피터슨


 

Can we live here? 


These images, films, and books all present, in intersecting forms, fragments of narrative. Considered together, the work forms a many-stranded creation myth centered in a single existential question, “Can we live here?” This question revises the traditional existential question, “What is the meaning of life?” We ask instead whether living on Earth is possible, especially with our world’s changing, and challenging conditions of climate and culture. 


Our physical context for this question is the American West, with its dramatic landscapes and weather. Our work also treats California’s Central Valley and remote islands off the West Coast of Ireland. Images ask the viewer to encounter the dry heat of the high Mojave in Eastern California and the frigid winter of Alaska. Portraits in those landscapes show the effect of those conditions on individuals, centering human vulnerability. 


A religious dimension animates our question: this is a spiritual narrative. The traditional Christian metaphor for life is the journey; we refigure that as the American road trip, less lofty and more messy than a formal pilgrimage. A lyric from a classic bluegrass song puts it well: “And I can’t feel at home / in this world anymore.” Living inside a feeling of homelessness, and accepting that fact, feels crucial to us, and true to our conditions. Images frame their subjects in moments of impasse, rather than engaged in transit – a young man leans back in a trailer into a beam of harsh desert light, a woman with an uncertain look on her face floats in a luminous pool, a boy holds a birthday cake in a remote desert valley. Narrative questions then float to the surface. Each portrait inspires a kind of devotional worrying, a wondering about the conditions of the subject and the nature of their life. Family portraits intensify the struggle – grouped in forests, diverse families seem aware, alive, endangered, and vulnerable. 


We want the work to be both personal and symbolic – we are interested in how people process and make meaning, how larger questions lodge themselves in small, human-scale lives and events. We aim for a mood that combines a kind of emotional intimacy with symbolic thinking. We wanted to make books because they combine text and image in an intimate setting, giving a reader a quiet, meditative task – each of the nine books tells a story that begins in an awareness of place, of landscape, of the natural world. 


  Young Suh, Katie Peterson

 

서영석, 케이티 피터슨 Young Suh (Photogaphy), Katie Peterson (title), From the series Scene from a Forest, 2017


1. Mateo was born just after Tanya’s dad died. Tanya’s a poet; she met Jeremy, Mateo’s dad, at a rock show. Her mom is Italian and she wasn’t sure she was supposed to be in the picture. Tanya has a sister and Mateo has a cousin.

마테오는 타냐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태어났다. 시인인 타냐는 마테오의 아버지 제레미를 록 쇼에서 만났다. 그녀의 어머니는 이탈리아인이다. 타냐는 사진에 있으면 안될 것 같았다. 타냐는 여동생이 있고 마테오는 사촌이 있다.

  

2. Chiyuma was born in Sweden. Her family’s property is close enough to the coast that it keeps cool. They hauled a house onto the property for Chi’s sister Sarah. Her stepfather is courtly. When her mom talks about the trees, she plunges into reverie. Everyone in the family is good at making things with their hands and one of the men makes music. 

키유마는 스웨덴에서 태어났다. 가족 소유지는 해안과 가까워 시원하다. 그들은 키의 여동생 사라를 위해 집을 소유지로 옮겼다. 그녀의 의붓아버지는 정중한 사람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나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상념에 잠긴다. 가족 모두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데 능숙하고 한 사람은 작곡을 한다.

  

3-4. Towan and Tae’s parents were about to go back to Korea for the first time in years. Aska is Polish and Artlyn is an architect. The boys ran around with sticks in their hands like swords. Aska talked about fairy tales. She said maybe it was good to hear about something scary, that maybe it gave you some skills for living, that the stories shouldn’t be sanitized. Sometimes you have to pay to get into the grove but this day, it was free. 

도완과 태의 부모님은 몇 년 만에 처음 한국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아스카는 폴란드인이고 아틀린은 건축가다. 남자 아이들은 손에 검 모양 막대기를 들고 주위를 뛰어다녔다. 아스카는 동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어쩌면 좋은 것일지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령을 줄 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이야기를 순화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숲에 들어가려면 때때로 돈을 내야 하지만 이 날은 무료였다. 

 

5. They served us three different kinds of ceviche at their house in Richmond. Daniela was due at the end of June, and she warned her family that there was poison oak everywhere. Her brother thinks like an engineer.

리치몬드에 있는 이들 집에서 세 가지 전채 요리를 대접 받았다. 다니엘라는 6월말이 예정일이었다. 그녀는 가족들에게 주변에 독성 참나무가 있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녀의 오빠는 엔지니어와 같이 생각한다.   

 

6. A park near their house. You think eucalyptus trees are native to California because there’s so many of them but they’re not. Carlos’ sister isn’t in the picture. She’s visiting a friend. The other side of the hill, away from the view of the bay. Different trees. They don’t all have the same father. Big families on every side.

그들의 집 근처 공원. 유칼립투스 나무가 캘리포니아에 많이 있어서 캘리포니아가 원산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카를로스의 여동생은 사진에 없다. 그녀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언덕 반대편으로는 멀리 만의 풍경이 보인다. 다른 나무들. 그들은 모두 아버지가 다르다. 어떤 면에서도 대가족이다.

  

  

서영석, 케이티 피터슨 Young Suh (photography), Katie Peterson (text), Life in a Field, Book design by Young Suh, made by Datz Books, 2021


서영석 Young Suh 

Young Suh is a visual artist and storyteller. For the last 10 years, he has been using photography, video, language, and handmade books to tell stories about human life and the difficulties of our existence on earth. Gathering from his personal experiences of living as an immigrant, traveling to remote places, meeting strangers, raising his own family and being a member of civil societies, his photographs conjure characters and metaphors like those found in fables. In these stories, ordinary lives are torn apart into extraordinary circumstances of the sublime, the beautiful, and the desolate, describing how we ask questions about life and how we live with spiritual longing.

  

Young Suh was born in Incheon, Korea, and went to Sogang University before he moved to the United States and studied at Pratt Institute in New York, where he received a BFA in Photography, and the School of the Museum of Fine Arts at Tufts University in Boston, where he received an MFA in Studio Art. His major projects include Forest Invisible, Can We Live Here? Stories from a Difficult World, Scenes from a Forest, Instant Traveler. His work has been exhibited at the Santa Barbara Museum of Art, the Contemporary Jewish Museum, San Francisco, San Francisco Arts Commission Gallery, the Mills College Art Museum, the University of Mississippi Museum, and Haines Gallery, San Francisco. He is currently a Professor in the Department of Art and Art History at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서영석은 시각예술가이자 스토리텔러다. 지난 10년간 사진, 비디오, 언어, 수제책 등을 매체로 인간의 삶과 존재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이민자로 살기, 먼 곳 여행하기, 이방인과 조우하기, 가족 양육하기,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등 자신의 친밀한 경험에서 모은 삶의 단상들을 작품에서 은유로, 또는 우화 같은 이야기 속 인물 등으로 형상화한다. 그는 고통 받는 인간의 평범한 삶을 황폐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그리면서 ‘어떻게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것인가’, ‘어떻게 영혼의 갈망을 가지고 살아가는가’를 표현하고자 한다.

  

서영석은 인천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를 재학하던 중 미국으로 이주하여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사진으로 학사 학위를, 터프트대학 보스톤 뮤지엄스쿨에서 예술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작업으로는 <보이지 않는 숲>, <여기에 살 수 있을까? 어려운 세상으로부터의 이야기>, <숲속의 장면들>, <인스턴트 여행자> 등이 있으며 미국 산타바바라미술관, 유태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아트커미션갤러리, 밀스컬리지미술관, 미시시피대학미술관, 헤인스갤러리 외 다수 기관에서 전시를 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에서 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http://www.youngsuh.net


케이티 피터슨 Katie Peterson

Katie Peterson is a writer and the author of five collections of poetry, including this year’s Life in a Field, the winner of the Omnidawn Books Open Poetry Prize. Her fourth collection, A Piece of Good News, named one of the Ten Top Poetry Collections of 2019 by the New York Times Book Review, was a finalist for the Northern California Book Award. Her work has been supported by the 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 Bread Loaf, the Foundation for Contemporary Arts, and the Radcliffe Institute for Advanced Study. She was named a Chancellor’s Fellow at UC Davis in 2019, an award reserved for Associate Professors of great promise. She has been collaborating with Young Suh, producing books and staging exhibitions of words and images since 2011. Their work has been shown at Wellesley College, the Contemporary Jewish Museum in San Francisco, and the Mills College Museum of Art.
  

Katie Peterson was born in California and educated at Stanford University, where she received an undergraduate degree, and Harvard University, where she received a doctorate in English and American Literature and Language, writing her dissertation on Emily Dickinson. She is currently a Trustee of Deep Springs College and a Professor in the Department of English and Director of Creative Writing Program at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They live and work in Berkeley, California as a family with their daughter, Emily Louise Suh. 

케이티 피터슨은 작가이며 다섯 권의 시집을 출간한 저자이다. 주요 저작으로는 옴니돈 열린 시작 상 당선작 <광야의 인생>과 2019년 뉴욕 타임스 선정 최고 시집 열 권에 선정 및 북캘리포니아 문학상 최종 경쟁작으로 선정된 <한편의 좋은 소식> 시집 등이 있다. 그의 작업은 미국 예술 문학 학회, 브레드 로프 재단, 래드클리프 학회로부터 지원을 받았으며, 2019년에는 촉망받는 부교수에게 주어지는 상인 캘리포니아 주립대 챈슬러 회원으로 선정되었다. 서영석과는 2011년부터 공동작업으로 책을 만들고 전시를 기획해왔으며 웰슬리컬리지, 유태현대미술관, 밀스컬리지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진행했다.

  

케이티 피터슨은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스탠퍼드대학에서 학부를 마치고, 하버드 대학에서 에밀리 디킨슨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베닝턴컬리지, 터프트대학, 딥스프링스컬리지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딥스프링스컬리지 이사회 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립대 영문학과 교수이자 문예창작프로그램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 


서영석과 케이티 피터슨은 현재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딸 에밀리 루이스와 함께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다.


https://www.katiepeters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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