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기억 Life Signature
2022. 8. 27. sat - 2023. 1. 15. sun
김준 Joon Kim , 조성연 Seongyeon Jo
생의 기억
닻미술관의 야생정원에 위치한 새 공간 ‘프레임 FRAME’은 안과 밖의 경계 ‘틀’이라는 의미로서 장소를 주 매개로 하여 새로운 시지각적 무의식을 열어주는 창작의 가능성을 담아내는 공간이다. 첫 번째 전시는 <생의 기억>으로 생명의 흔적들을 채집해 비워진 틀 안으로 들여 주의 깊게 보고 감각함으로 그 의미를 다시 환기시키려는 것이다. 이 물음은 자연의 소리와 빛을 담아내는 김준, 조성연 작가에게 던져졌고, 이들은 진새골에 위치한 레지던시 공간 ‘실로암’에서 머물며 개별적인 작업의 시간을 보냈다. 두 작가의 탐색이 선행되는 시점에서 짧은 체류 시간에다 날씨 변화를 예측하기 힘든 장마시기도 겹쳤지만, 작가들은 자신이 체득해왔던 창작의 관점과 방법을 유지하며, 자연과 사람이 오랫동안 공존해온 그 장소에서 흙, 물, 온갖 생물들의 세월이 지닌 원형의 기억을 찾기 위해 나섰다.
소리를 담는 김준은 해뜨기 전과 해지기 전 숲의 형체가 온전히 드러날 때에 가급적 인적이 드문 곳이나 홀로 몰입하기 좋은 곳을 택했다. 작가는 이곳에서 자연과 인간이 남겨놓은 시간성과 공간성이 교차하며 충돌하는 것에 주목했고,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자생하거나 길러졌던 모든 생물체들이 발생하고 소멸하는 지점의 흔적들 - 낙엽, 새, 돌, 사람, 비행기, 풀벌레, 물 등을 찾아내 소리와 이미지(탁본)로 채집하였다. 그는 며칠간 소리 채집한 것을 아침저녁 하루를 걷는 것처럼, 즉 ‘숲속 낙엽 밟는 소리-돌 구르는 소리-아기 울음소리-하늘을 나는 비행기 소리-풀벌레 소리-물 흐르는 소리’ 등의 흐름이 있는 사운드 타임으로 편집하였다.
빛의 변화를 그려내는 조성연은 숲에서 빛을 온전히 느끼기 위한 새벽 시간 때를 기다렸고 눈으로 호흡하듯 필름 카메라와 한 몸이 되어 사진을 찍었다. 급변하는 날씨 속에서 숲 주변의 자연물에 주목하고, 시간대별로 다른 빛과 만나는 땅의 흔적들을 발견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숲에 다다르기도 하고, 푹신한 낙엽들과 맨땅의 흙을 밟으며 그 감촉을 느꼈고, 곤충들의 날갯짓이나 새들이 내는 소리 등의 다채로운 감각들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나진 자연물 - 부엽토, 부스러진 나무수피, 뿌리를 드러낸 나무, 거친 덩굴, 죽은 식물의 잔재, 만개한 꽃과 열매, 다음 생을 기다리는 씨앗들에 담긴 태고적 생의 잔영(殘影)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김준의 <흐름의 흔적>과 조성연의 <숲의 숨> 작품들은 전시 공간 전체를 빈 캔버스로 설정하고, 소리 설치와 사진 이미지가 서로 방해되지 않고 전체가 조화로운 하나의 공연 같은 울림을 준다. 그런 면에서 두 작가에 의해 이곳‘프레임’밖에서 발견되고 창작으로 전환된 작품들, 즉 ‘생명’의 흔적들은 중성적인 공간 안으로 들어와 관람자를 주목하게 하고 다시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이 전시는 자연 속 예술의 원형을 찾아가는 것도 있지만, 다른 한편 평소 무심하게 지나치며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무감각의 지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또한, 물리적인 틀 너머 우리의 시간과 장소, 그리고 모든 언어가 예술가의 기억과 교감함으로써 새롭게 재생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이관훈
조성연
조성연은 내향적인 사유를 통해 사물과 오랜 시간 마주하고 관계 맺으며 작업한다. 최근의 작업을 통해 자연의 이치와 질서 안에서 사진의 의미를 찾고 삶과 예술의 활동이 하나로 만나는 경작의 과정을 실험하고 있다. 서울의 스페이스 소(2018)를 비롯한 12여 회 개인전을 가졌고 우란문화재단(2022), 우양미술관(2021), 대구미술관(2018), 닻미술관(2018)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일본 센다이 한국 총영사관, SK그룹 남대문 사옥 등 다수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Seongyeon Jo
Seongyeon Jo’s artistic process consists of taking introspective pauses with objects. In her recent work, she experiments with the process of cultivation in which the activities of life and art come together under the order of nature. She has held twelve solo exhibitions at Space So(Seoul, 2018) and more. Jo has also participated in numerous group exhibitions at Wooran Foundation(Seoul, 2022), Wooyang Museum of Contemporary Art(Gyeongju, 2021), Daegu Art Museum(Daegu, 2018), Datz Museum of Art(Gyeonggido, 2018) and more. Her work is in the collections of a number of companies and art galleries, which include the Art Bank of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Korea), the Korean Consulate General in Sendai(Japan), and SK Group(Seoul, Korea).
김준_흐름의 흔적 Flowed fields_2022ⓒjoon Kim
김준
김준은 국내외 특정 장소의 현상을 관찰하고 수집하여 그 결과물을 사진, 영상, 사운드 설치작품으로 선보인다. 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에 존재하지만 감지되지 않는 소리를 지질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매체를 통해 탐구하고 그곳에서 수집되고 재구성된 결과물을 사운드 아카이브 형태로 공개한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2016), 아르코미술관(2016), 아트선재센터(2015) 등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12-2013), 영국 가스웍스 레지던스(2014), 인천아트플랫폼(2014-2015) 입주 작가로 활동했다. 2018 송은미술대상을 수상했다.
Joon Kim
Joon Kim observes and collects the phenomena that surround him in specific places domestically and internationally and presents his findings through works of photography, video, and sound installations. His works mainly explore undetectable sounds that exist in our spaces that are difficult to sense. Such sounds are compiled and reconstructed into a sound archive created on the basis of geological research. Kim has participated in various exhibitions in Project Space SARUBIA(Seoul, 2016), Arko Art Center(Seoul, 2016), Art Sonje Center(Seoul, 2015) and more. He has also worked as a artist-in-residence at SeMa Nanji(Seoul, 2012-2013), Incheon Art Platform in Korea(Incheon, 2014-2015), and Gasworks Residency in London(2014). He won the 18th Songeun Art Awards in Korea(Seoul, 2018).
Life Signature
The new space FRAME is situated in the wild garden of Datz Museum of Art, built on the concept of the “frame” acting as a space and boundary between inside and outside that holds various potentials of visual creativity. Its first exhib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