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我 景 미국의 사진가 웨인 레빈은 삶의 시간들을 묵묵히 통과하며 자신을 잊어버리고 결국 우주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사라지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자연과 우주 속 작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겸손으로부터 비롯된다. 하늘을 나는 것과 같은 무중력의 3차원 공간 속에서 수중 생물과 하나 되어 촬영한 웨인 레빈의 흑백사진은 완전한 신비로 다가온다. 숨을 참고 육체의 한계를 조율하여 찍어낸 사진은, 기록을 넘어 시공간 속 생명의 질서와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초월적 영감으로 가득하다. 웨인 레빈이 본격적으로 수중 사진을 찍기 시작한 때는 1983년, 하와이로 이주하면서부터다. 오랫동안 해양 스포츠를 즐겨온 그는 사진기를 들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그만의 시각으로 공간과 하나 된 유기적인 풍경의 수중사진을 만들어내며 경험한 ‘경이로움’에 매혹된 것이다. 복잡한 현대 도시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종종 삶의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런 때, 세상의 속도에 맞서지 않고 유유히 그 자리에서 경험의 지경을 넓혀주는 일을 필요로 한다. 마치 일상의 끈을 탁 놓고 떠나는 여행과 같이, 자기만의 삶을 이뤄가는 기술에 필요한 내공은 ‘과정으로서 의미를 찾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렇듯, 상대적으로 느린 자연에서 예술의 원형체로 살아가는 예술가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며 숭고한 예술의 언어로서 사람들의 고단함을 위로한다. 그들이 도모하는 예술적 힐링이란 심연으로 들어가 의식의 경계를 넘는 무한한 우주 안에서 어떤 경계도 없이 ‘하나의 자연’으로 일체가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무아경’의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