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4일, 닻미술관에서는 <린다코너 사진전 REFLECTION>과 연계하여 아티스트토크를 진행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셨습니다. 인터넷 화상회의로 린다를 만나 그녀에 대한 질문들을 나누고, 답변을 들어보았습니다. Q: 이번 리플렉션 전시는 전반적으로 전 세계 인류의 원형적 삶이 담긴 장소를 촬영한 작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성 사진가로서 지난 50여 년간 전 세계를 다니며 인류 역사가 담긴 풍경을 촬영했는데요, 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즉, 여성사진가와 풍경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LC: 서양에서 남성 사진가들, 안셀 아담스나 티모시 오 설리반 등은 보다 광활한 공간에 관심을 가졌고, 여성 사진가들은 남성보다 생물학적, 역사적으로 그들과 장소와의 관계성에 더 관심을 두었지요. 남성 작가들이 풍경을 대하는 대표적인 예로, 대지에서 소변을 보는 장면이 있어요. 일종의 마킹이죠. 저는 풍경 속에 벗은 남자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웃음) 동양과 비교하자면, 동양의 풍경 사진은 명상과 내면적 숙련으로 여겨지는 반면 서양, 특히 미국에서는 광활한 빈 공간으로 여겨집니다. 저는 사진 매체가 없었다면 예술가가 될 의향이 없었어요. 사진가는 카메라를 들고 세계를 여행하는 직업이예요. 직업이 풍경사진을 찍게 이끌었습니다. 여행을 가서는 운전을 잘 하고 길을 잘 아는 현지인과 같이 다닙니다. 제 가이드와 저는 통상적인 관광 동선과는 정반대의 길을 따라가요. 앙코르와트를 들면, 관광객들과 동선이 겹친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저는 전형적인 여성 작가의 풍경에서 벗어나 작업하는 것을 좋아해요. 제 방식은 아이디어를 섞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은유와 시퀀스에 흥미가 있지요. 예를 들면, 정말 넓고 큰 풍경 옆에 그 장소의 유물을 놓는 방법으로, 장소의 깊이를 보여주는 데에 효과적입니다. Q: 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 Constellations 시리즈와 연계한 작품집이 올해 닻프레스를 통해 출간될 예정입니다. Constellations 작품집 제작 과정을 통해 작품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닻프레스와 제작을 진행하며 중점에 둔 점은 무엇인가요? 에디팅과 시퀀싱 등은 어떻게 진행하였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LC: 이번 Constellations시리즈는 저에게 하나의 도전이었어요. 제 2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촬영한 사진들이 담겨있죠. 50년 동안 제 경험의 폭과 감정, 스타일들이 조금씩 달라졌기 때문에 디자인적으로 연결하는 부분이 어려웠습니다. 제겐 시퀀싱과 페어링이 중요해요. 사람이 돌에 새긴 마크와 하늘이 만든 마크가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지요. 릭 천문대 글래스 네거티브들을 프린트아웃페이퍼로 인화하는 작업 과정 중 생긴 일화를 소개해볼게요. 저는 수많은 박스들 중 ‘Broken’ 이라 적힌 상자를 발견했어요. 호기심에 이끌려 그 박스를 열어보니, 깨어진 유리원판이 들어있었어요. 아마 누군가 옮기다 떨어뜨린 모양이죠. 저는 이 유리조각들을 모아 프린트아웃 페이퍼로 인화했습니다. 사람들에게 깨어진 유리조각을 통해 이 이미지가 사진임을 자각하게 하는동시에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우리 삶의 연약함을 전달하는 등 여러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별들이 흩뿌려진 하늘과 암석의 깨어진 단면의 사진을 페어링해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를 이미지를 은유하고, 자연적인 무질서함을 통해 조형성과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지게 했습니다.콜라쥬 작업을 이야기하자면, 로드아일랜드 스쿨을 마치고 시카고로 이주했을 시절이 떠오릅니다. 시카고에 이주하기 전, 저는 한창 다큐멘터리 포토 저널리즘에 빠져있었어요. 잘 모르는 사람들의 집에 자주 초대되어 그들의 사진을 찍곤 했죠. 하지만 시카고에서는 아는 사람도 없고, 초대도 없었어요. 게다가 겨울은 너무 추웠어요. 다큐멘터리작업이 불가능해진 시기였죠. 그 당시에는 사람이 달에 착륙하기 전의 달 사진들을 싸게 팔았어요. 저는 이 사진들과 제 사진을 엮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주로 은유, 믹싱, 시퀀싱으로 형이상학적 상상의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Constellations에는 개념적 글이 없어요. 이 책은 문자 이외의 언어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Q: 당신은 150년 역사를 지닌 SFAI에서 교육자로서 오랜 기간 일하며 많은 이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신에게 사진 교육은 어떤 의미인가요? LC: 제가 난독증이 있다는 것을 대학교에 가서야 알았습니다. 저는 예술, 자연, 과학 등 많은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또, 스승으로서 제자들에게 많은 것을 쏟아부어요. 그러면 제자들이 자기가 가지고 갈 것을 스스로 찾아가요. 교육자로서 가장 큰 장점은 방학이 있다는 것이예요!. 여름마다 2달씩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학기 중엔 밀착, 현상하고 사진을 시퀀싱해요. 이것을 학생들에게 전부 보여줍니다. Q: 이번 리플렉션 개인전은 추후 Part2 로 다시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 전시가 인류 역사가 담긴 장소를 촬영한 작품들을 주로 다루었다면 Part2 에서는 사람을 주제로 한 사진을 다루고자 합니다. 당신은 다음 전시가 어떻게 구성되길 원하는지 궁금합니다. LC: Part1은 태초의 빛이 닿은 풍경으로 지구가 물리적으로 상대한 시간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었습니다. 사실 사람에 대한 관심보다 좀더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소재에 관심이 많습니다. 시간과 죽음, 오래되어 시간성을 초월한 장소 등으로 설명될 수 있죠. 저는 영원한 시간과 그에 비해 유한한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전시를 구성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종종 잊어버려요. 인간의 시작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우리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말이죠. 동시에 우리는 우리를 구원할 마법을 갈망합니다. Q: 당신의 사진을 보면, 주로 흑백사진이 많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LC: 흑백사진은 컬러사진보다 더 쉬워요!(웃음) 컬러사진을 인화하는 과정보다 흑백사진이 단순하기 때문이죠. 저는 원래 프린트아웃페이퍼를 사용했어요. 지금은 단종된 인화지이지만요. 이 인화지를 사용해 사진을 만드는 과정은 햇빛에 인화지를 노출하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저는 디지털 방식이 불편해요. 디지털 기기와는 도무지 친해지지 않지요. 그래서 흑백사진을 더 많이 사용하나봐요. 제게 사진은 요리와도 같아요. 프라이팬을 들고 햇빛으로 요리를 하는 기분이죠. Q: 린다, 당신의 사진에서는 강인한 힘이 느껴집니다. 오늘 목소리에서도 그 힘이 느껴지네요.(웃음) 당신의 강인한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LC: 고집스러움과 커피, 와인입니다.(웃음) 커피, 그리고 와인은 아주 훌륭한 활력소이죠. Q: 에너지를 얻기위해 수행이나 명상을 하시나요? LC: 거의 안해요. 명상을 하려고 하면 어딘가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요.(웃음) 저는 종교적이진 않지만 영적입니다. 종교의 철학을 존경하는 동시에 다양한 영적인 문화를 존경하고 이해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의식에 참여할 의향은 없지요. 그보다는 신성한 장소나 물건, 고대의 것들에 관심이 있어요.제게 뷰카메라는 첼로와 같아요. 첼로는 보다 물리적이고 연주하는 자세에 있어 가까운 느낌이 들고, 같이 여행하기도 힘든 아주 영적인 악기예요. 제게는 뷰카메라에 대한 느낌도 이와 같습니다. 린다코너와의 아티스트 토크는 위와 같은 질문과 대답이 오갔으며 참여자들의 유쾌한 웃음과 함께 활기차게 진행되었습니다. 모두 적극적으로 질문을 해주시고, 린다도 지구 건너편 샌프란시스코에서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창작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