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저 너머


Beyond Landscape

주명덕  Joo, Myung Duck


2023. 4. 8. sat - 6. 18. sun

그가 보는 것을 당신도 보고 있는가?


전시 《풍경, 저 너머》는, 2021년 닻미술관의 기획전 《집》과 이어지는 그의 두 번째 사진전이다. 기록 사진으로 시작해 예술로서 사진의 확장을 보여주는 작가의 후반기 작업 중 - ‘잃어버린 풍경’, ‘장미’, ‘사진 속의 추상’, 이 세 가지 시리즈를 함께 엮었다.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순백의 장미와 하나로 만나지는 검은 풍경, 선명하고도 모호한 질감의 추상 사진이 함께 전시장에 있다. 어쩌면 이것은 생기가 찾아온 봄과 그것들이 떠나버린 겨울 사이에 남겨진 허공을 향한 이야기다. 사라지는 것과 남겨진 것들 사이에 아름다운 그의 사진이 있다.


아직 눈이 남아있는 땅의 겨울나무는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모습이다. 종이 위에 얹혀진 사각의 틀은 그림처럼 고요하고 투명하다. 개념과 논리의 구조로 표면을 채우는 현대 사진의 방식과는 거리가 있는, 그저 바라보고 또 보아도 말을 잃은 담백한 풍경이다. 작은 디지털카메라로 가볍게 찍어낸 단색의 추상 사진에도 어떤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 빛이 닿았던 물질의 얇은 표면을 걷어내면 아무것도 없다. 그가 보여주는 풍경 앞에서 우리는 그동안 배운 읽는 법을 버리고 다시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말보다는 침묵, 지식보다는 모든 감각과 직관으로 다가가야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작가는 이러한 전개를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가로서 필요 이상을 설명하지 않고 대상과 거리를 유지하며 작위적인 개입을 피하는 방식은, 그가 평생 동안 지켜온 작업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가 보는 곳을 우리도 볼 수 있을까?  


그의 사진 속 백장미가 지닌 꽃말은, ‘사랑, 평화, 순결, 존경’이다. 특이하게도 시든 백장미에도 꽃말이 있는데, 그것은 “당신과 영원을 맹세하다.”라고 한다. 유한한 존재의 시간 앞에 있는 그에게 사진은 그러한 맹세의 도구가 아니었을지. 일평생 변치 않고 정한 뜻을 지켜낸다는 것, 그의 사진을 ‘사랑’이 아닌 다른 어떤 단어로 표현할 길이 없다. 한마음을 품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에서 참된 사진가의 길을 보여준 스승에게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 이 땅에서 사진의 고유한 원형을 지키고, 사진으로 저 너머 풍경을 보여줄 수 있는 참된 예술가를 만난 것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축복이다.


기획_주상연 

Do you see what he sees?


Beyond Landscape is Joo, Myung Duck’s second solo exhibition at the Datz Museum of Art, following the first exhibition titled Home (2021). Showcasing his later works which demonstrate the expansion of photography as an art form from its documentary roots, the exhibition brings together three different series: Lost Landscapes, Rose, and The Abstract in Photography. White roses slowly lose their liveliness, dark landscapes converge into oneness, and abstract photographs of clear yet obscure textures coexist in the exhibition space. This is perhaps a story about the void that remains between spring and winter, where new life forms and where life has departed. Joo, Myung Duck’s beautiful photographs exist in between the disappearing and the lasting.


The winter tree growing in the land where snow still remains is an image of nature, which “is, on its own” (the literal translation of Jayeon—the Korean word for nature). The rectangular frame placed on the paper is quiet and transparent, like the painting. The candid landscapes leave you at a loss for words, no matter how long you gaze at them—quite differently from contemporary photography, which fills its frames with conceptual and logical structures. The monochrome abstract photographs, taken with a small digital camera, also contain no particular meaning. If we peel the thin surface touched by the light, there is nothing beneath it. Standing before the landscapes Joo shows us, we must forget our learned habits of reading and practice seeing in a new way. Silence is required, rather than words, and only when we approach the works with all our senses and intuition will they reveal themselves, bit by bit. The artist did not intend such an exercise for the viewers, but his photographic practice of silent and distant observation and avoiding unnatural intervention is reflectively mimicked in the work itself.


Can we see where he sees?


The white rose in his photographs is known to symbolize “love, peace, purity, and respect”. Peculiarly, a withered white rose carries the meaning of “pledging eternity with you.” To Joo, standing before a time of finite existence, perhaps photography was a tool with which he pledged eternity. To discover a volition, and to abide by it for a lifetime—there is no word that can better express Joo’s photographs than the word “love.” I pay my respects to a teacher who has shown us the path of a true photographer, in a world where we are constantly swayed. It is a blessing beyond description to know such a true artist who is carrying on the original language of photography in our land and is showing us the landscapes beyond through his photography.


Sangyon Joo_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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